* 본 글은 교육/인문 계열 박사 지원 경험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미국 박사 대학원을 준비하며, 생각보다 SOP 작성과 관련된 단계적인 접근을 제안하는 글이 많지 않다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이 글을 시작으로 내가 경험한 SOP 작성 과정을 scaffolding (준비-브레인스토밍-작성-퇴고) 하여 글을 연재해 보고자 한다.
첫 시작으로 이 포스트는, SOP를 브레인스토밍 하기에 앞서 필요한 준비 단계에 대해 다룬다. 박사 유학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 단계는 박사지원을 하는 해의 2-3월 혹은 그 이전에 진행하면 가장 이상적일 것 같다.
1. SOP 라는 글쓰기 장르에 대한 이해
2. 지원학교 별 SOP 분량 및 Prompt 정리
1. SOP 라는 글쓰기 장르에 대한 이해
Statement of Purpose(SOP: 학교에 따라 Statement of Intent 등 명칭이 상이하기도 하다)는 미국 박사에 지원할 때 필수적으로 작성하게 되는 자기소개서의 형태와 같은 글이다. 학과 및 계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는 현재까지의 연구 경험, 박사에 진학하여서 하고 싶은 관심 연구 주제, 내가 박사에 진학하고자 하는 진정성 있는 이유(연구주제와 관련하여, 본인의 경험에 기반하여)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으면 된다.
SOP라는 장르의 글의 경우 교수님을 포함하여, 박사에 진학한 소수의 사람들이 인생에서 딱 한 번 작성해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컨설팅 업체를 이용하지 않는 한 처음에는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지, 어떤 순서로 글을 구성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나눌 사람이 많지 않아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SOP 작성 방법과 관련한 유튜브나 블로그 글도 많이 찾아보았는데(가장 열심히 읽었던 블로그 글: https://yoursopcoach.tistory.com/9), 그 무엇보다도 가장 도움이 된 것은;
1) 내 분야의 프로그램에 합격한 선배의 SOP 구해서 읽어보기,
2)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일반적인 SOP 샘플을 최대한 많이 읽어보기 였다.
1.1 내 분야의 프로그램에 합격한 선배의 SOP 구해서 읽어보기
1)은 석사를 함께하고 나보다 한 학기 먼저 박사에 진학한 선배를 통해서 받을 수 있었는데, 미안한 마음/부끄러운 마음이 들더라도 SOP 작성을 준비하는 시기에 최선을 다해 구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계열과 학과마다 SOP의 스타일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계열의 SOP를 읽어보면 문단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딱딱하게 쓰는지 조금 narrative를 섞어서 쓰는지 등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SOP Sample 들 중 미국 학부 지원 에세이처럼 서론을 문학적으로, 혹은 조금 후킹 하게 적은 글들이 있었다 (아래 Bemo 샘플). 나는 이런 스타일의 글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이런 스타일의 글을 쓰면 내가 가진 잠재력을 100% 보여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러한 글쓰기에 익숙한 다른 지원자들과 비교되면 경쟁력이 없을 것 같았다. 반대로, 이공계열 샘플 에세이의 경우 각 문단별로 제목을 달아 구분을 명확히 하고, 문단 간의 flow가 없이 나열식으로 쓴 샘플들도 있었는데 이러한 SOP는 나름 인문계인 우리 분야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런 고민이 지속되던 때, 감사하게도 선배의 자소서를 받아보았는데 전자와 후자의 스타일이 적절히 조합된 스타일로 글을 쓰셨길래 나도 그러한 전략을 택해서 글을 쓸 수 있었다.
주변 지인을 통해 구하기 어렵다면, 다른 좋은 방법은 직접 학과에 질문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친절하게 응대해 주는 학교들이 많다. 한 대학교는 온라인 학과 설명회에 참여했더니 자신들이 SOP에서 원하는 요소들을 매우 자세히 설명해 주기도 했기에 학과 설명회들도 도움이 될 수 있다.
1.2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일반적인 SOP 샘플을 최대한 많이 읽어보기
2)는 매우 구하기가 쉽다. 간단한 구글링만 하면 다양한 SOP 샘플이 올라와 있다. 특히 이공계열 SOP는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것들이 많아서 구하기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내가 특히 애용한 샘플은 대부분의 유학 준비생들이 참고할 것 같은 하버드 정경대학에서 올려둔 SOP SAMPLE인데, 이 샘플 속 다양한 예시를 여러번 읽으며 글의 흐름을 어떻게 잡을 지에 대한 힌트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나의 연구 경험, 석사논문 및 출판한 논문, 앞으로 박사에 가서 하고 싶은 연구, 그 외의 학회 간사 경험 등을 어떤 순서로 나열해야 가장 설득력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분야를 막론하고 이러한 고민은 다들 하기 때문에 2)를 통해서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해소할 수 있었다.
내가 구글링해서 찾았던 SOP 샘플링크들은 다음과 같다.
이렇게 1)과 2)를 많이 읽으면서 합격자의 SOP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여러 요소들의 분량은 어떻게 배분하고 있는지, 어떤 용어 및 톤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면 내 SOP를 brainstorming 하기 전에 좋은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인터넷에 있는 많은 SOP 작성하는 방법도 물론 도움이 되지만 막상 그러한 글들을 읽다 보면 '이렇게 어렵다고?' '나도 저렇게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SOP 작성 전략/비법 관련 글을 읽기 전 실제 SOP 샘플들을 찾아 읽어보며, 'SOP란 이런 장르의 글이구나~'하는 감을 먼저 잡는 것을 추천한다.
2. 지원학교 별 SOP 분량 및 Prompt 정리
SOP를 읽으며 작성을 준비할 시기에 또 정리해 두면 좋은 것은 1) 지원학교 및 프로그램 별 SOP Prompt 및 분량, 2) Diversity Statement(DS) 여부/prompt 및 분량, 3) Writing Sample 분량, 4) CV 분량, 5) Optional 혹은 추가 prompt에 대한 정리이다. 학교마다 요구사항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나는 아래 표와 같은 형태로 정리를 했었다.
School | Program | SOP Prompt/ Word Limit |
DS Prompt/ Word Limit |
Writing Sample/ page limit |
CV /page limit |
Optional/ 추가 Prompt |
1. | ex) Thesis Okay | 3 Pages | ||||
2. | ex) Thesis X, 15-20 page | No Limit |
표를 채울 때 참고해야 할 사이트는 1) 내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웹사이트(학과 홈페이지 격),2) 내가 지원하는 학교의 Graduate Apply 웹사이트(입학처 격),3) Application Portal(지원서 작성 포털)이다. 예를 들어 내가 조지타운 대학교의 응용수학과를 지원한다면 프로그램 웹사이트(https://mathstat.georgetown.edu/), 대학원 입학처 웹사이트 (https://grad.georgetown.edu/admissions/),그리고 보통 대학원 입학처 사이트에 apply now를 누르면 생기는 포털(https://gradapply.georgetown.edu/apply/) 을 확인하면 된다. (포털의 경우 여름에 열리는데, 열리자마자 계정을 만들어 두는 것을 추천한다!)
세 홈페이지에 정보가 분산되어 있는데, 일부 학교의 경우 1,2,3의 정보가 조금씩 다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학과에 메일을 보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며, 대부분의 경우 직접 원서를 제출하게 되는 3) Application Portal의 요구사항이 가장 정확한 것 같다. 세 홈페이지를 확인하여 표를 채운 이후, 홈페이지를 통해 채워지지 않는 부분은 미리미리 학과 admission 관련 메일로 문의를 해두는 것이 좋다.
특히, Application Portal이 열리면 탭을 하나하나 넘기며, 1)과 2)에 *적혀있지 않은* Optional or 추가 prompt 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내가 지원한 한 학교의 경우 SOP 500자를 요구해서 글자 수가 매우 타이트했는데, 포털에 들어가서 확인하니 "추가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니~?"와 같은 추가 Prompt가 있어 그 부분에 글자 수 때문에 빼야 했던 내용을 넣을 수 있었다. 미리미리 포털을 확인하여, 나에게 주어진 글자 수가 얼마인지 파악해 두어야, 나중에 급하게 아까운 글자 수를 날릴 일이 없다.
나중에 SOP를 쓰고 서류들을 준비할 때는 정신없이 바쁘기도 하고, 학교들도 이메일 답장이 느릴 수 있으니 (세 번째 반복) 미리미리 표를 채워두는 것이 좋다.
이상 SOP 작성 준비 단계에 대해 적어보았다. 사실 SOP 준비 단계라고 했지만, 미국 박사 지원의 준비 단계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유학 준비의 핵심은 "미리미리"이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은 미리미리 준비하여 시간에 쫓겨 최선의 결과물을 제출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느끼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다.